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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조은글

[ 조은글 5221호 - 용감한 노파 ]

by cbwstar 2021.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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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독일의 어떤 마을에서는 해마다 겨울이면 축제를 열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꽁꽁 언 강의 얼음판 위에 천막을 쳐놓고 유흥을 즐겼다.

 그날도 그런 축제의 밤이었다.

 

 밝은 달이 두둥실 떠올라 얼음판을 비췄다.
 교교한 달빛 아래 모든 마을 사람들이 흥겨워하고 있는데
 오직 혼자 사는 늙은 노파 한 사람만 강둑에 있는 오막살이에 남아,
 멀리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파는 남편을 오래 전에 바다에 잃고, 사랑하는 아들마저 병마에 빼앗긴 불쌍한 사람이었다.
 노파는 멀리서나마 축제의 광경을 바라보면서,
 남편과 아들이 살아있던 때의 행복했던 축제날을 추억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서쪽 하늘의 작은 구름이 수평선 너머로 점점 커져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순간 엄청난 두려움이 노파를 엄습했다.
 노파는 뱃사공의 아내였으므로 누구보다도 바람과 구름에 따라 날씨를 점칠 줄 알았다.

 

 '이건 틀림없이 무서운 폭풍의 조짐이다. 사람들이 위험해!'
 그렇게 감지한 노파는 미친 듯이 손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유흥에만 취해 있었다.

 

 구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커져 곧 큰 비를 몰고 올 것 같았다.
 정말 숨막히는 시간이었다.
 만일 얼음판 위에서 30분, 아니 10분만 더 머물러도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강물 속으로 잠길 것이 틀림없었다.

 

 "아아, 이를 어쩌나! 빨리 알려야 하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노파의 가슴은 안타까움에 겨워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노파는 오래 혼자 살아왔고 병이 깊어,
 몸 반쪽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그러나 안타까워 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위험은 촌각을 다투며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노파는 죽을 힘을 다하여 난롯가로 갔다.
 거기서 장작불을 꺼내 침대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기어서 문밖으로 빠져나왔다.
 이윽고 뱀의 혓바닥 같은 불꽃이 창문 밖으로 치솟았고 지붕 위로 옮겨 붙었다.
 불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활활 타올랐다.

 

 "부, 불이야! 불이야!"
 "강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에 불이 났다!"

 

 얼음판 위에서 놀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그렇게 소리치며 강둑으로 달렸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노파의 오막살이집 불을 끄기 위해 달려 나왔다.

 그때 갑자기 세찬 바람이 얼음판 위를 몰아쳤다.

 

 얼음 밑에서는 '꽝'소리와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리고 검은 구름이 온 하늘을 덮으며 폭우와 함께 번개가 일며 천둥이 쳤다.

 

 불타오르는 노파의 집은 마치 등대불처럼,
 얼음판을 빠져나오는 마을 사람들의 발길을 환하게 비춰주었다.

 사람들이 모두 강둑에 올라서고..
 마지막 사람이 강둑에 막 다다랐을 때였다.

 

 얼음판 위로 집채만한 큰 물이 파도처럼 밀려와 천막을 비롯한 집기들을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노파는 자기 전 재산인 오막살이집을 바쳐, 온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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